top of page
33.jpg
55.jpg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 블랙 페이스 북 아이콘
  • 블랙 인스 타 그램 아이콘

후각의 비밀을 파헤치다

최종 수정일: 2024년 7월 2일

제빵소에서 피어나오는 따뜻한 빵 냄새. 상큼하고 새콤한 향이 가득한 딸기의 냄새, 공원에 누워있으면 피어나는 풀 내음까지. 우리는 가지각색의 향기들이 어우러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세계의 후각적 정보들을 얻기 위해 우리 몸의 후각 기관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 분자를 감지하고 후각 수용체를 통해 우리 뇌가 향기라고 인식하게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같은 빵 냄새를 맡더라도 배가 고플 때는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지만 배가 부르고 아플 때에는 메스꺼운 느낌이 난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조금만 뿌렸을 때는 은은하게 좋은 향기가 났던 향수를 과하게 뿌렸을 때는 거부감이 들었던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냄새 분자는 우리가 처한 환경과, 냄새 분자의 농도와 같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냄새가 변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동안 우리가 냄새를 어떻게 감지하고, 경험하는지는 생화학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 몸의 후각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후각에 대한 우리의 통찰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빵 냄새를 맡는 사람이다

냄새의 역사

고대에 냄새는 종교의식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존재하였습니다.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좋은 냄새는 선, 악취가 나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냄새는 악, 즉 악마와 연관 지은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향료와 훈향은 축제나 연회, 그리고 신을 숭배하는 의식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위생관념이 부족했던 당시 환경에서 냄새는 부유한 계층과 가난한 계층을 구별하는 한 가지 기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중세시대에서는 페스트나 흑사병을 비롯한 여러 전염병이 퍼지게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체의 냄새나 음식이 부패하며 나는 냄새를 전염병의 매개체라 생각하였습니다. 당시 의사들은 체액의 냄새를 질병의 기준으로 삼으며 코를 통한 약물이 영혼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믿음 아래에 향을 내는 나무를 태워 환자를 소독하여 환자를 치료하려 하였습니다. 그 후 18세기에 들어와 식물학의 발전과 함께 냄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또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을 치료에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냄새를 주목하기 시작하며 이를 분류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식물은 하루에도 여러가지 냄새를 내뿜었고, 결정적으로 현실의 냄새는 여러 냄새 분자들의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이를 일정한 기준으로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20세기 후각 수용체가 발견되며 냄새에 대한 인간의 통찰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린다 벅과 리처드 액설이 후각 수용체 단백질을 표현하는 유전자 그룹을 발견하고, 이 수용체가 각각 담당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음을 밝힙니다. 이어서 이들은 하나의 냄새 분자가 여러 후각 뉴런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밝힙니다. 이 결과로 수백 개에 불과한 인간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1조가지나 되는 향을 구분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게 됩니다. 26개의 알파벳으로 십 수만의 단어를 표현하듯, 수백개의 수용체의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조합으로 활성화되어 향기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로에도 불구하고 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어떻게 감지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습니다.


후각의 비밀을 파해치다

1946년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이 제안한 형태 이론입니다. 열쇠-자물쇠 이론으로 설명되는 효소와 기질의 상호작용이 후각 수용체와 냄새분자와 관계에 적용한 형태 이론은 분자의 냄새가 그 분자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좌우된다고 주장합니다. 각 냄새 분자와 그에 대응하는 후각 수용체가 서로 결합할 수 있는 입체 구조를 가져 서로 결합하게 되고, 이 때 그 냄새 분자에 대응되는 냄새를 우리 뇌가 인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양 맞추기 장난감처럼 사과향은 동그라미, 복숭아향은 세모, 바나나향은 네모 모양을 가져 각 모양에 맞는 수용체와 결합하여 우리는 이 향기를 구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 이론은 호르몬과 약물, 면역 세포 등 우리 몸의 많은 기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여겨졌기에 사람들은 냄새를 분자의 모양에 따라 인식된다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아몬드 향이 나는 분자들로 시안화수소를 제외한 분자들의 모습이 비슷한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 이론에 대항하는 이론이 존재하였는데, 이는 1920년대 멜컴 다이슨에 의해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진동 이론입니다. 다이슨은 향수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같은 작용기를 가진 물질이 비슷한 냄새를 가진다는 점을 파악하고 진동 이론을 떠올렸습니다. 진동 이론은 시각 수용체처럼 후각 수용체 또한 진동을 통해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후각 수용체가 마치 분광기처럼 각 분자의 진동을 파악하여 냄새를 인식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투린은 1996년 진동 이론을 강력히 지지하는 하나의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의 실험에서 사용된 구야야콜과 벤조알데히드는 각자 존재할 때는 서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물질이지만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면 바닐라향이 나게 됩니다. 투린은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배합에서 두 분자의 진동 패턴을 더하여 보면 바닐라 향이 나는 바닐린이라는 분자의 진동 패턴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아세토페논의 수소를 모두 중수소로 바꿔 원래의 아세토페논과 약 10THz의 진동수 차이를 만든 후 냄새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본래는 오랜지 향이 나는 것과 다르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투린의 실험 결과는 후각 수용체가 분자의 진동을 판별할 수 있다는 진동 이론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구야야콜과 벤조알데히드의 진동 패턴이 바닐린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형태이론 VS 진동이론                                     

형태 이론과 진동 이론은 서로가 주장하는 후각 인지의 메커니즘의 차이로 인해 역사적으로 대립해왔습니다. 특히 카본(Carvone), 이오논(ionone), 누트카톤(nootkatone)으로 대표되는 거울상 이성질체의 냄새가 모두 다르다는 것은 진동 이론의 가설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결과이기 때문에 형태이론의 좋은 공격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성질체는 모두 같은 원소와 결합으로 이루어져있기에 같은 진동수를 가지고 있어 진동 이론에 따르면 모두 같은 냄새가 나야 합니다. 그러나 두 이성질체 카본이 민트향과 호밀향의 완전히 다른 향기를 가진다는 것은 진동 이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거의 모든 동위원소 이성질체의 향기가 같다는 것도 진동 이론의 커다란 문제로 여겨집니다. 동위원소 이성질체는 분자의 형태와 구성 원소가 같지만 다른 동위원소로 구성되어 있기에 진동수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투린의 실험과 다르게 대부분의 동위원소 이성질체의 냄새는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형태 이론 또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청산가리로 유명한 사이안화 칼륨은 아몬드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모양도, 구성 원소도 다른 ‘벤즈알데하이드’라 불리는 방향족 분자와 같은 향기를 가집니다. 또한 반대 경우도 존재합니다. 1,1-디메틸사이틀로헥산을 비롯한 여러 화합물에서 탄소를 규소로 치환할 경우 다른 향기가 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구조적 모양과 구성 원소가 거의 동일하기에 완전히 다른 향기가 나는 것은 형태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이 보입니다. 또한, 탄소-중수소 결합을 가진 특정 화합물을 기피하도록 훈련을 시킨 초파리가 전혀 다른 물질이지만 비슷한 진동수를 가진 탄소-질소 결합이 존재하는 니트릴 또한 기피한다는 실험 결과는 동물이 기체 분자를 인지하는 방법이 형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현재의 후각

후각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명쾌히 밝혀지지 않은 현대 과학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약 100년간 지속되어오는 형태 이론과 진동 이론의 대립 관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두 후각 이론을 통합하려는 시도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가설에 불과하지만 후각 수용체가 분자의 형태와 진동을 모두 고려한다는 이론은 기존의 두 이론의 결함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되는 시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후각 연구는 우리가 상큼한 과일 냄새, 싱그럽고 푸르른 숲의 향기 등, 자연의 향기를 어떻게 맡는지에 대한 우리의 원초적인 질문에 대해 분자 화학의 손을 거쳐 현재의 후각 이론으로 설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베일에 싸여 있는 우리 몸의 후각의 비밀이 여러 이론과 연구를 통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현재, 앞으로 밝혀질 후각의 진실이 더욱 기대됩니다.

 

김민규 학생기자 | Chemistr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첨부 이미지 출처

[1]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 위기에 몰린 후각 진동이론

ⓒ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

Comments


워터마크_colored.png

KOSMOS는 KSA Online Science Magazine of Students의 약자로,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 만들어나가는 온라인 과학매거진 입니다.

단체소개  운영진에게  이용약관  기자단 페이지

​본 단체와 웹사이트는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작물의 무단 전재 및 배포시 저작권법 136조에 의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습니다. 

© 2018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ALL RIGHTS RESERVED. Created by 김동휘, 윤태준.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바로가기

_edited_edited.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