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을 위한 건축자재의 변신
- 편집팀
-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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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만으로 지구온난화 극복 가능할까?
지구온난화는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는 지속가능한 인간 사회와 지구환경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이산화탄소(CO₂)가 공기 중에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 CO₂ 농도는 산업화 이전 280ppm에서 현재 420ppm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고,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1℃ 상승하였습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목표로 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 제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지만, 현재의 배출 저감 노력만으로는 이 목표 달성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미 대기 중에 축적된 CO₂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의 개발과 도입이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첫째, 산업 공정이나 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직접 포집하여 지하 깊은 곳의 안정적인 지층에 저장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입니다. 둘째, 포집한 CO₂를 화학적 전환을 통해 연료나 화학제품, 건축자재 등 유용한 물질로 재활용하는 '탄소 포집 및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CU)' 기술입니다. 셋째, 대기 중에 이미 존재하는 CO₂를 직접 포집하는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e Capture; DAC)'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며, 적용 분야와 비용 효율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계 장치를 이용해서 직접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 뿐만 아니라, 인간이 거주하는 구역의 건축물이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대기 중 탄소를 저감하는 방안도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기계를 작동할 때 필연적으로 사용해야 할 에너지 소모가 적거나 거의 없고, 끊임없이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는 기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완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친환경 건축자재의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해 알아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이런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사람을 지키는 건축물이 지구를 지킨다!
건축 산업은 전체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의 11%를 차지하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건축 자재의 친환경화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과거에는 건물을 지을 때, 탄소를 배출하면서 새로 만든 재료를 활용하기 보다는 기존에 사용했던 재료를 이용해 만든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거나, 식물 유래 제품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대부분 기존 자재보다 비용이 높거나 심지어 효율성과 효과성이 낮기도 했습니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건축 자재의 개발이 점차 확산되면서 탄소 배출 저감은 물론 기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최신 건축자재는 크게 탄소저감 콘크리트, 탄소저감 합성자재, 목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건설 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할 정도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탄소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하나는 내재 탄소(Embodied Carbon)이고 다른 하나는 운영 탄소(Operational Carbon)입니다. 운영 탄소는 사람이 건물을 이용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탄소로, 냉난방기, 각종 전력 장치 등을 사용하면서 배출하는 탄소를 의미합니다. 이런 장치들은 점점 고효율화해서 점차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간 큰 관심을 받지 못한 내재 탄소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 탄소의 배출 문제를 포함한 건설 산업 전반적인 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CCU기술을 적용한 저탄소 콘크리트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산업 공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 내부에 안정적으로 저장함으로써, 건축 자재 자체가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특히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CEC(Carbon Eating Concrete)'는 1 m³의 레미콘 콘크리트 생산량에 1.0~1.8kg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혁신 기업들은 기존 시멘트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을 70%까지 줄일 수 있는 대체 시멘트를 개발하는 등, 콘크리트 산업의 친환경화를 위한 기술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건축자재 개발은 자원 순환과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산업 부산물이나 폐기물을 재활용한 건축자재는 천연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효율적인 해결책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카펫과 같은 혁신적인 인테리어 자재들은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균사체를 이용한 바이오 기반 단열재는 석유 기반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단열 성능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합성 건축자재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품질 갈탄과 제지 공정의 부산물인 리그닌을 활용한 탄소 네거티브 복합 데크 소재는 충전재 표면에 에스테르 작용기를 추가하여 무게 기준 2-5%의 CO2를 포집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재는 80%의 충전재를 함유하면서도 국제 건축 기준을 충족하는 강도와 내구성을 보여주며, 기존 제품보다 18%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만 이 소재로 기존 데크 자재를 대체할 경우 연간 25만 톤의 CO2를 격리할 수 있어, 자동차 54,000대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환경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건축자재들은 건물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환경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탄소 네거티브 복합 소재 기술은 데크 소재를 넘어 울타리, 외장재 등 다양한 건축 자재로 확장될 수 있어, 건축 산업의 탄소 중립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친환경 건축자재가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적극적인 탄소 저감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목재는 가장 오래된 건축자재이면서도 현대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소재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나무는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는데, 약 36㎡의 목재를 사용한 목조주택 한 채는 9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목재가 '탄소 통조림'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탄소 저장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규모가 커질수록 목재의 환경적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점입니다. 1,000㎡ 규모의 목조 건축물은 130톤의 탄소를 직접 저장할 수 있으며, 다른 건축자재를 대체함으로써 270톤의 추가적인 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목재의 특성은 대규모 건축물에서도 친환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건축자재의 진화
친환경 건축자재 산업은 환경 보호와 경제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실현하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연구에 따르면, 건축 가치사슬의 친환경 전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8조 달러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에너지 효율 관련 일자리는 평균 이상의 임금과 우수한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고 있어,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친환경 건축자재는 건물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환경적, 경제적 효과를 창출합니다. 저탄소 콘크리트, 탄소 네거티브 복합 소재, 바이오 기반 단열재 등의 혁신적인 건축자재들은 직접적인 탄소 저감 효과와 함께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운영 비용을 절감시킵니다. 또한 재활용 자재의 활용은 천연자원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며, 이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합니다. 특히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건축자재는 해양 생태계 보호라는 추가적인 환경적 가치도 창출합니다.
더욱이 친환경 건축자재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내 공기질 개선을 통한 거주자의 건강 증진,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빈곤 해소, 극단적 기후 현상에 대한 건물의 회복력 강화 등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제공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여 기업들의 기술 혁신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건설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친환경 건축자재는 환경 보호, 경제 성장,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다면적 효과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탄소를 만들어내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기 속의 탄소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인식은 아직 크지 않습니다. 지구의 공기를 깨끗하게 하면서 새로운 경제적 및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건축자재의 변신은 우리의 세계를 더욱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성훈 학생기자 | 화학생물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WSS Energy Consulting, The role of Direct Air Capture (DAC) in battling climate change (2023).
[2] 건설기술연구원, 탄소 배출은 이제 그만! 콘크리트가 CO2 먹는 시대 열린다 (2023).
[3] ACS, New composite decking could reduce global warming effects of building materials (2024). ACS Science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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