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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같은 양자 얽힘

최종 수정일: 2020년 9월 23일

불과 몇 달전,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대학에서 물리학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바로 ‘양자 얽힘’이라는 물리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직접 카메라로 촬영한 것입니다. 과연 양자 얽힘이 뭐길래 이 실험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양자 얽힘?

‘양자 얽힘’, 또는 ‘얽힘’은 멀리 떨어진 두 입자(또는 그 이상)의 물리량이 어떤 특별한 상호작용에 의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물리 이론으로, 고전물리학에서는 그 개념이 등장하지 않는, 양자 역학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입니다. 이 한 쌍의 얽혀있는 입자는 얼마나 가까이 있든, 또는 얼마나 멀리 있든 간에 개의치 않고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파울리 배타 원리에 등장하는 전자의 스핀이 있습니다. 한 오비탈 안에 존재하는 한 쌍의 전자에서 한 전자의 스핀이 업(up)으로 측정된다면 다른 전자의 스핀은 즉각적으로 다운(down)으로 결정됩니다. 이때 이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두 전자 사이의 거리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습니다. 두 전자가 한 원자 안에 속해 있든, 또는 각각 지구와 안드로메다 은하 그 어딘가에 놓여있더라도 이 현상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위 문단에서 전자의 스핀을 측정할 때 전자의 스핀이 ‘결정’된다고 하였는데, 양자역학에서 물리량은 측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결정되지 않고 있다가 측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어느 한 값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PHYSICS 2019년 여름호 ‘양자역학이 틀렸다고?’를 참고해주세요.


아직 양자 얽힘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도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고전 물리학적 관점에서는 전혀 설명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현상일뿐더러 아인슈타인조차도 양자 얽힘에 대해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 칭하며 죽을 때까지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으니까요.


양자 얽힘 현상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돕고자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질만한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두 개의 동전 A와 B가 있습니다. 이 동전들은 서로 얽혀있는 상태입니다. 이제 동전 A와 B를 동시에 던진 후 손으로 덮어 앞면과 뒷면 중 어느 면이 위를 향하고 있는지 모르게 합니다. 그 다음으로 동전 A의 결과만을 확인하여 앞면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두 동전이 얽혀 있기 때문에 동전 B의 결과는 뒷면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이제 동전 B만을 미국에 가져다 놓고 같은 실험을 반복합니다. 한국에서 동전 A가 앞면을 향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미국에서 던진 동전 B는 뒷면이 나왔을 것입니다.


이제 조금 더 이상한 실험을 해봅시다. 앞에서와 같이 동전 A와 B를 던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전 A의 결과를 확인한 후, 동전 A만을 한번 더 던집니다. 만약 첫 번째로 동전을 던져 동전 A의 앞면이 위를 향한다는 결과를 얻은 후 두 번째로 A만을 던졌을 때는 뒷면이 위를 향하였다면, 두 번째 시행 후 동전 B는 어느 면이 위를 향하고 있을까요? 앞면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로 A의 결과(앞면)을 확인하였을 때는–실제로 우리가 B의 어느 면이 위를 향하는지 확인하진 않았지만–동전 B의 어느 면이 위를 향하고 있었을까요? 만약 양자 얽힘이 실재한다면, 놀랍게도 이때 동전 B는 뒷면을 향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첫 번째 시행 후와 두 번째 시행 후의 동전 B의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동전 B를 던진 것은 첫 번째 시행 한 번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당대 천재라 불리던 물리학자들로서도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물리학계에서는 몇 십여년간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 토론에 쉼표를 찍은 것은 아일랜드의 물리학자 벨 이었습니다. 그는 양자 얽힘이 실존할 때와 실존하지 않을 때 그 결과가 달라지는 어떤 특별한 실험을 고안해냈고,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비로소 실제 실험이 이루어져 양자 얽힘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루어진 벨의 실험에는 몇 가지 허점들이 존재하였고, 이 허점들로 인해 벨의 실험으로도 양자 얽힘의 존재성은 완벽히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전, 글래스고 대학에서 이 양자 얽힘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이 실험은 양자 얽힘이 일어나는 순간을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앞선 동전의 예시와 비교해보자면 첫 번째 시행과 두 번째 시행 사이에서 동전 B의 방향이 뒷면에서 앞면으로 바뀌는 순간을 실제로 촬영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양자 얽힘 촬영 실험
양자 얽힘 촬영 실험

위의 실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실험에서는 우선 BBO라는 물질을 사용해 한 쌍의 얽힌 빛알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얽힌 광자 둘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보내줍니다. 나뉘어진 빛알 중 하나의 빛알(빛알 A)만을 위상 필터에 통과시켜 상전이를 일으켜줍니다. 그런데 두 빛알이 얽혀 있기 때문에 위의 동전 실험에서와 같이 빛알 A의 위상이 바뀌면 빛알 B 의 위상도 바뀌게 됩니다. 이때 빛알 B의 위상이 바뀌는 순간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 바로 아래의 사진입니다.


양자 얽힘의 사진

양자 얽힘의 활용

그렇다면 이 이상한 현상이 도대체 왜 중요한 것일까요? 물론 양자 얽힘은 그 자체로도 매우 큰 학문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가는 양자 기술에서 발휘됩니다. 양자 얽힘을 활용한 가장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양자 순간 이동입니다. 양자 순간 이동은 물체가 직접 이동하지는 않지만 멀리 떨어진 두 지점 A와 B에서 양자 얽힘을 이용해 A에 존재하는 물체의 상태를 순식간에 B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 얽힘과 양자 순간이동은 양자 통신기술과 양자 컴퓨터 기술 등에 활용되어 말 그대로 광속 통신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David Z. Albert Quantum Mechanics and Experience Harvard University Press (1992)

[2] Mark Beck Quantum mechanics. Theory and experiment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3] Matt Williams "First Ever Image of Quantum Entanglement" Universe Today (2019)

[4] Fiona Macdonald "Scientists Just Unveiled The First-Ever Photo of Quantum Entanglement" Science Alert (2019)

[5] 조송현 "양자 얽힘, 최초 촬영 성공" 인저리타임 (2019)


<이미지>


Physics 학생기자 유지환

2019년 가을호

지식더하기

양자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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