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한계가 없는 존재
- 편집팀
- 2월 16일
- 4분 분량
Introduction: 무한이란?
아마 여러분은 여러 곳에서 ‘무한’이란 말을 굉장히 자주 들어봤을 것입니다. 예전에 했던 TV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무한도전…), 친구들과 큰 숫자 부르기로 대결을 하다가 일종의 치트키처럼 등장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무한은 일상생활의 여러 곳에서 단순히 매우 큰 수나 매우 많은 양을 의미하는 것처럼 쓰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무한의 본질일까요? 수학에서 다루는 무한은 이것과 크다면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는 이 기사에서 그 무한이라는 녀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수학적인 무한의 정
수학에서 무한은 8을 눕혀놓은 것과 같이 생긴 이 기호(∞)를 사용하여 표현합니다. 말했듯이, 일상생활에서 무한은 매우 큰 수나 매우 많은 양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에서 무한은 ‘수’가 아닙니다. 분명히 존재는 하나, 수의 영역에 담을 수 없는 어떠한 개념일 뿐이죠. 수학에서의 무한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어떠한 실수나 자연수보다도 더 큰 상태” 즉 무한은 그저 ‘상태’일 뿐입니다. 이렇게 정의된 무한은 수학에서 집합론, 해석학, 위상수학과 같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쓰입니다. 집합론에서는 끝이 없는 집합들을 기술하기 위해서, 해석학에서는 수열과 같은 존재들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하여 쓰이는 식입니다. 그럼 먼저, 집합론에서의 무한을 확인해봅시다.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집합론에서의 무한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예제는 아마 이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일 것입니다. 이 예제는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가 고안한 것이며, 무한대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럼 이 호텔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무한 호텔에는 자연수의 번호를 가진 무한히 많은 방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방들에는 각각 한 명 밖에 묵을 수 없습니다. 이 문제의 초기 가정은 ‘모든 방이 다 찼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 호텔의 관리자라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와 방을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방이 다 찼으니 돌려보내야 할까요? 아닙니다! 손님들에게 다음의 요청을 하면 됩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의 방 번호에 1을 더한 수의 방으로 가주세요.” 모든 사람이 방을 옮기면, 1번 방은 비게 됩니다. 똑같이 k명의 유한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해도 k를 더한 방으로 사람들을 옮기는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똑같은 1부터의 자연수의 번호를 가진 사람들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무한을 더한 방으로 사람들을 옮길 수는 없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될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해봅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방 번호에 2를 곱한 방으로 이동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모든 홀수 번째 방이 비게 되고, 무한한 자연수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 방에 숙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이 호텔은 어떤 많은 수들의 사람들이 온다 해도 모두 묵게 할 수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다음의 사람들을 생각해봅시다. 이 사람들은 A,B로 이루어진 무한한 문자열을 이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자열로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가짓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합시다. 그럼 이 호텔방에 이 사람들을 한 명씩 배정해 봅시다. 1번 방은 ABBAAAA… 2번 방은 ABBBAAA… 이렇게요. 그럼 똑같이 모든 사람들이 묵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저는 방을 배정받지 못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자열을 다음의 규칙을 가지고 만들면 됩니다. “n번째 문자는 n번 방의 사람의 n번째 문자와 다르다.” 그럼 이 이름은 모든 자연수 방의 사람들과 적어도 한 자리는 다른 이름이 됩니다. 이상합니다. 무한 위의 무한이 있다뇨… 분명 무한은 끝이 없는 개념이 아니었나요?

초한기수
이제 그 의문을 해결할 시간입니다.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문제는 얼핏 보면 집합과는 상관없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자연수 집합을 다른 집합과 대응시킬 수 있는가? 라고 물어보는 것과 동일한 문제입니다.
만일 두 집합이 대응된다면, 두 집합의 크기는 같은 것이겠죠. 무한 호텔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A,B의 무한한 문자열로 이루어진 집합은 자연수 집합에 대응될 수 없습니다. 그럼 이 집합은 자연수 집합의 무한보다 더 큰 무한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무한 간에도 크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것을 비교할 기준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개념이 바로 초한기수입니다. 초한기수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유한집합을 비교할 때 사용되는 기수(Cardinality)의 개념을 가져와봅시다. 기수는 집합의 원소의 개수에 해당합니다. 기수가 더 크다면 집합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한기수 역시 이 성질을 만족합니다. 다만, 그 대상이 무한집합이 되는 것 뿐입니다. 먼저 무한집합이란, 전체 집합의 농도가 부분집합의 농도와 일치하는 집합입니다. 부분이 곧 전체가 되는 것이니 이 집합에 포함된 원소 역시 무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한기수는 기본적으로 이 농도의 개념을 매개합니다.수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 수학에서 히브리어 문자를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예시가 초한기수 알레프 수 입니다. 우선, 자연수의 집합의 크기를 가장 작은 무한인 aleph – null으로 정하고, 그 이후를 aleph – 1, aleph – 2 … 와 같이 정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럼 실수의 집합을 생각해봅시다. 실수를 다시 쓴다면 xxx.xxxxx… 형태의 무한한 소수로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는 ‘0’,’1’,’2’…’9’의 문자로 이루어진 무한한 문자열로 볼 수 있고, 이는 힐베르트 호텔에 수용할 수 없던 집합과 결국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실수의 집합은 aleph – n 중에 속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무한집합간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기사에서는 초한기수의 기초적인 개념만을 다룹니다. 실수 집합이 2^aleph – null의 기수를 가진다… 와 같은 내용은 기사에서 다루기엔 너무 깊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집합론에서 다루는 무한에 대해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보면 무한이라는 개념이 조금은 추상적이고 실생활에서 잘 보이지 않은 개념이라는 느낌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예시를 보면 무한이 그렇게 멀지 않은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프랙탈, 망델브로 집합
바로, 프랙탈입니다. 프랙탈은 불교칙 속에 숨은 규칙이며, 유한 속에 숨은 무한입니다. 이 구조는 전체의 구조가 부분에 나타나는 형태로 자기유사닮음이라고도 불리며 예시로는 해안선, 나무 등등의 여러 자연물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무한집합과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집합의 농도가 부분집합의 농도와 일치하는 집합, 전체의 구조가 부분의 반복되는 형태… 네 그렇습니다. 자연에 숨은 굉장히 많은 형태의 프랙탈 중 제가 가져온 것은 바로 망델브로 집합입니다. 이 집합은 Zn+1 = Zn^2 + c라는 점화식을 가진 수열이 발산하지 않을 복소수 범위의 초항 Z0를 표시한 집합입니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이 집합은 굉장히 복잡한 형상을 가지지만, 자세히 보면 프랙탈 구조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이 집합은 하나의 수학적 구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집합을 나타내는 점화식은 번식을 통해 개체 수가 증가하는 생물의 개체 수를 나타내는 식과 동일합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해안선과 같은 자연의 형상도 아닌 개체수의 증가를 모델링하는 식이 이런 프랙탈 형태를 가진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무한이라는 수학적인 개념을 확인하고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깊은 곳에 위치할 것 같던 이 무한이 결국 자연이라는 형태로 우리의 주변에 있었다는 것은 수학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시사하는 듯합니다. 그럼 여기서 기사를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정욱 학생기자 | Mathematics & Computer Sci.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s://www.youtube.com/watch?v=gyVp8dxw1mw (Vertasium - 힐베르트의 무한)
[2]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0111921004607.pdf (무한의 정의와 이해)
[3] https://www.youtube.com/watch?v=LYyTLMyivUk (Veritasium – 망델브로 집합)
첨부한 이미지 출처
[1] 스톡 벡터 사진
[2]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네이버 블로그
[3] 초한기수 벡터 사진
[2] 망델브로 집합 네이버 블로그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