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물질, 소설, 그리고 물리학자
- 편집팀
- 2021년 7월 16일
- 5분 분량
“메타물질, 소설 그리고 물리학자” 무언가 이상한 조합이다. 제목을 읽은 사람이라면 무언가 어색함을 인지하였을 것이다. 메타물질이랑 물리학자는 매우 잘 어울리는데 소설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벌써 SF도 아니고 순수문학이 중심이 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세 권이나 출간한 물리학자가 있다면 믿을 것인가? 이번 기사에서는 이번 5월, 세 번째 소설인 『과거와의 네 가지 해후』를 출간하신 메타물질 흡수체 전문가이자 국내외 권위자, 이영백 교수님을 만나보고자 한다.
인터뷰를 하기 전, 이영백 교수에 대해
이영백 박사님은 현재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석학교수이자 푸단대학교(复旦大学校, Fudan Univ.) 석좌교수 맡고 있으며 한국물리학회 자문특별위원회 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1975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아이오와주립대학교(Iowa Univ.)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셨다. 이후 메타물질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한 결과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23대 한국물리학회 회장직 또한 수행하였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물리분과 위원장직도 맡으셨다. 현재 한양대와 푸단대 교수직 외에도 아시아 태평양 물리학회 연합회(AAPPS) 평의원, 세계 저명 학술지 Journal of Electromagnetic Waves and Applications(J. Electromagn. Waves Appl.)의 편집위원이며 상해교통대학교(上海交通大学校) 외국인 평가위원이다. 현재 SCI 논문수는 무려 733편이며, 연구실적을 평가하는 요소 중 h-index는 64, Research gate score는 47.47이다. 여기에 인용수(citation number)는 24,507번이다. 경력만 보면 너무나도 화려하다. 아니 화려함을 넘어서서 아름답다. 이러한 이영백 교수님이 순수문학에 푹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백 교수님의 물리학 그리고 소설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야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공학에서 순수물리로, 순수물리에서 메타물질으로
Q. 학계에서는 너무 유명하시지만, 모르실 수도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석학교수와 푸단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이영백입니다. 한국물리학회 회장직도 역임했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물리분과 위원장직 맡았었습니다. 주로 메타물질 흡수체에 관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메타물질 흡수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물리학 교수 혹은 물리학자라는 진로를 꿈꾸게 된 과정은 무엇인가요?
사실 물리학자라는 직업은 고등학교 때부터 원하던 꿈이었어요. 고교시절에 학교에서 성적이 좋아서 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자연대보다는 공대를 가기 원해서 일단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로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생각했던 순수물리 분야가 저에게 맞는 분야인 것 같아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석사공부할 때부터 순수물리쪽으로 방향을 약간 틀었고, 박사과정을 마친 후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메타물질’이라는 분야는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시고, 수많은 분야 중 메타물질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메타물질은 파장보다 매우 작은 크기의 공간에 금속이나 유전물질로 설계된 인공 ‘단위 원자’의 주기적인 배열로 이루어진 물질로 자연계에서 가지지 않는 특징들을 가지도록 설계한 인공적인 물질입니다. 아마 ‘투명망토’라고 하면 모든 분들에게 어느정도 잘 다가올 것 같네요. 제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메타물질 흡수체라고 하여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메타물질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생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다소 알려지지 않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이유는 2002년에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수 연구센터의 소장직을 맡고 있었던 때로 돌아갑니다. 당시 우수 연구센터의 주제가 광학과 응집물질물리를 융합하는 분야였는데, 마침 메타물질이라는 분야가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때, 메타물질이라는 분야가 당시 맡고 있던 우수연구센터에 딱 맞는 토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국내외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선도하기 위해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메타물질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메타물질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은 제가 작성한 기사 : <해리포터의 투명망토? 나는 메타물질!>(https://bit.ly/kosmosmesa)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Q. 성봉물리학상, 수많은 SCI 논문들, 높은 h-index 등 엄청난 연구성과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혹시 이러한 연구성과에 비결이 있을까요?
제 입으로 “성공하였다”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끄럽지만, 어느정도 성공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인 것 같아요. 전 질문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공대를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하는 순수물리로 바꾸어 하게 되니 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고,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수를 하고 연구를 하게 되면서 정말 뛰어난 대학원생들이나 연구원들을 둘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뛰어난 대학원생들과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메타물질 분야의 남은 연구과제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저와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사실 메타물질 흡수체나 이런 분야들은 다소 많이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남은 연구과제는 바로 이를 상용화하고 상품화하는 일입니다. 현재 어느정도 상용화하고 산업 현장에서 쓰고자 하는 노력도 있지만, 아직 연구된 양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물론 아직 잘 연구되지 않은 메타물질 분야도 존재해요. 코딩 메타물질, 양자 메타물질, 비선형 메타물질 등등 새로운 분야 발굴 및 연구하는 것 또한 남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여담이지만, 올해 초 산업통산자원부에서 메타물질을 기업체와 함께 상품화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간 연구했던 메타물질 흡수체를 상품화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세계에서 최초로 하는 시도와 다름이 없는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Q. 물리학계 나아가 이공계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이들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리학계에게 남은 임무는 메타물질 분야랑 비슷해요. 그동안 연구했던 것을 상품화하고 상용화해야 하는 일,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고 이에 대해 연구하는 일 등이 있을 것 같네요. 이공계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물리학계의 전망은 연구할 것,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아 막 어둡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가 대학교 들어갈 때와 달리 다들 너무 ‘수입’만을 생각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의학계열로 빠져나가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에요. 뛰어난 인재들이 애국의 차원에서 아니면 인류에 대한 헌신의 차원에서 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물리학계를 포함한 이공계열로 오기 바랍니다. 사실 이렇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물리학을 해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조금이나마 성공하기 쉬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메타물질, 소설 그리고 물리학자의 랩소디
Q. 각종 연구를 하시다가 2018년 7월 『사랑, 이별, 그리고 결혼의 랩소디』라는 SF도 아니고 순수문학 소설을 시작으로 벌써 세 권의 소설을 출간하셨는데, 물리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순수문학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과거 한림원에서 한 인터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물리학과 마찬가지로 글 쓰는 것도 매우 좋아했어요. 근데 국문과와 물리학과를 동시에 전공할 수는 없잖아요? (웃음) 젊었을 때는 빠르게 성장해야 하기에 두 가지를 다 하기 어려워서 일단 글쓰기는 마음에만 담아두고, 물리학만 연구했습니다. 물리학의 여러 가지를 경험을 한 다음에, 이제 시간적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아서 옛날에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하게 된겁니다. 사실 출발은 고등학교 때부터 했다고 보는게 맞는 거 같네요.
Q. 이번 달에 『과거와의 네 가지 해후』라는 소설을 출간하시며 벌써 세 권째입니다. 문학적인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이것이 물리학 연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2번째로 낸 책인 『외계행성에서는 와인을 드세요』는 배경이 100년 후 미래여서 물리학과 어느정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만 사실 나머지는 물리학과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요. 그러나 상상을 하고, 창작하는 것이기에 순수문학과 물리학, 둘 사이 통하는 것이 있어요.
문학적인 영감과 같은 경우 어릴 때부터 쓰고 싶었어서 물밀듯이 쓰게 되는 것도 있고, 글을 쓰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스크랩도 하고 구상도 하여 많은 작품을 출간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Q. 소설을 쓰는 것이 단순한 취미이신지, 아니면 생각하고 계시는 목표가 있는 것이신가요?
사실 소설을 쓰게 된 것은 단순히 “옛날에 못한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러 편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신기하게도 많은 문학적인 영감이 나와서 “소설을 쓰는 것이 감당될 때까지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이미 취미는 넘어선 같고, (웃음) 딱히 결정한 목표는 없지만 능력이 될 때까지 계속 소설 집필을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딱히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KOSMOS는 주로 과학자나 이공계를 꿈꾸는 학생들이 읽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과학자, 특히 물리학자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격려나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 질문에서 말한 것처럼, 수입 같은 것을 생각하면 이공계보다는 의사라는 선택지가 더욱 눈에 들어올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흥미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독자 여러분들도 좋아하는 과학을 계속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의학계열로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빠져서 물리학계를 포함한 이공계에 우수하고 훌륭한 학생들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인생이 긴 만큼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굳이 하나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억지로 두 가지 이상을 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좋아하는 것 두 개를 하게 된다면 이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들께서 끊임없이 도전하기 바랍니다. 사실 메타물질도 소설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을 할 수 있다면 더욱 발전하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융합교육하고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분야가 전문화되고 인생이 길어지면서 좋아하는 것을 ‘길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짧게 짧게하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기에 꾸준하게 길게 본인이 하는 분야를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와 연관된 분야도 충분히 신경쓰면서 한다면 모두 본인의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사를 마치며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수입이나 대우를 생각하고 의학계열로 빠져나가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한민국 이공계가 이제 전세계와 견줄 만큼 발전하였지만 우리나라 기초과학 등 이공계가 더욱 발전하고 이공계열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가 더욱 발전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연구부터 소설 집필까지 매우 바쁘신 이영백 교수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연구와 소설 모두 응원하겠습니다!
홍원기 학생기자 | Physics & Earth Sci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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