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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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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YPT 문제 들여다보기

IYPT(International Young Physicists' Tournament, 국제 청소년 물리 토너먼트)는 세계 각국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물리 토론대회로, 종종 ‘물리학 월드컵’으로 불린다. 이 대회에서는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17개의 개방형 물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1년간 연구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중요한 점은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연구 과정과 발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대회는 발표자(Reporter), 반론자(Opponent), 평론자(Reviewer)의 역할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팀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다른 팀의 발표에 대해 반론하고 평가하면서 토론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국제 심사위원단이 팀들의 연구 깊이와 토론 능력을 평가한다. IYPT의 독특한 점은 팀들이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범위 내에서라면 모든 접근법이 정당하며, 팀들은 조사에서 도달한 깊이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된다.

 

IYPT 국가대표 선발까지

IYPT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KYPT(한국청소년물리토너먼트)에 출전하여야 한다. KYPT에서 동상 이상의 상을 수상하면 국가대표 선발전 지원 자격이 주어지고, KYPT 대회가 끝난 후 따로 진행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대표단 5명을 선발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매년 2개의 팀이 학교 대표로서 KYPT에 출전한다. 학교 대표로 선발되면 겨울방학 때 약 한 달 동안 학교에 남아 합숙 연구를 하게 된다. 필자는 2024 KYPT에 팀 ‘백양’으로 출전하여 대상을 수상하고 선발전에 지원하여 IYPT 국가대표단으로 선발되었다. 그리고 2명의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 2명의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과 함께 인천대학교에서 한 달 동안 합숙하며 국제대회를 준비하였다. 대회 준비 과정과 그 때의 경험에 관해서 말할 것들이 정말 많지만, 이곳에 적기에는 너무 길어 이번 기사에서는 IYPT 문제들에 관해서만 간단히 살펴보려 한다. 혹시라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필자(23-034@ksa.hs.kr)나 IYPT에 참여했던 다른 학생들에게 연락하길 바란다. 만약 KSA 1학년이라면 Physi-KYPT 연구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설명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YPT 국가대표가 되면 IMO, IPho 등의 다른 국제대회 대표단과 함께 발대식을 진행한다.
IYPT 국가대표가 되면 IMO, IPho 등의 다른 국제대회 대표단과 함께 발대식을 진행한다. 

 

IYPT의 독특한 문제들

 매년 IYPT 대회가 끝나면 7월 말 다음 년도 IYPT 문제 17개가 발표된다. 발표되는 문제들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론과 실험을 병행한 실제 ‘연구’에 가까운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개방형 문제이다. 범위는 역학에서부터 전자기학, 유체역학, 음향학, 광학, 열역학, 양자역학까지 매우 다양하며, 특정 분야로 한정짓기 어려운 난해한 문제들도 많이 존재한다. 4~5명으로 이루어진 팀에서 보통 한 명이 3~4문제를 담당하고, 다른 팀원의 3~4문제를 부담당한다. 혼자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담당 문제가 아니더라도 팀원 다 같이 해결하게 된다.

 

흔드는 소리만으로 상자 속 물체 개수를 알 수 있다?

 필자가 IYPT에서 맡은 문제들도 역시 까다로운 문제였다. 그 중 1번 ‘Invent Yourself’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번 문제는 ‘상자 속에 동일한 물체 여러 개를 넣고, 상자를 흔들 때 발생하는 소리 만으로 상자 속 물체의 개수를 알아내는 방법’을 고안하고, 그 정확도를 조사하는 문제로, IYPT 문제 중에서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문제이다. 문제를 처음 맡았을 때는 앞이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실험 장치를 만들어 1주일 동안 하루종일 현상을 관찰하다 핵심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리게 되었고, 덕분에 남은 연구 기간동안 굉장히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과립(granular; 작은 알갱이 입자) 입자들이 진동에 놓이게 되면 특정 임계 진동에서 거동 양상이 급격히 변한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알갱이들을 하나의 미시 입자와 같이 생각하여 물체들의 ‘상(phase)’를 정의하였다. 또, 사인파 진동을 무차원화하여 진동 세기의 척도를 하나 만들고, 물질이 상을 바꾸는 녹는점, 끓는점 등의 임계 온도처럼, 물체 계가 상을 바꾸는 임계 진동 세기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이용해 물체 계의 상도표를 그릴 수 있었다.


물체-상자 계는 진동에 따라 특정 거동 양상을 보이는데, 이를 고체, 기체 ‘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체-상자 계는 진동에 따라 특정 거동 양상을 보이는데, 이를 고체, 기체 ‘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때, 상자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고도 흔드는 소리만으로 상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일정한 사인파 진동을 준 뒤 발생하는 충돌음을 FFT(Fast Fourier Transform; 고속 푸리에 변환)을 통해 분해한 뒤, 특정한 방식으로 적분하여 상을 구분할 수 있는 order parameter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제 소리 만으로 상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상이 변하는 임계 진동 세기를 찾아 물체-상자 계의 상도표에서 대응되는 물체의 개수를 찾을 수 있다. 마치 물질의 끓는점을 찾아 그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내듯이 말이다. 이것에 추가적으로 Extra Case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여 토론때의 공격을 단단히 대비했다.


FFT 결과의 적분으로 정의된 order parameter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곳이 상전환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FFT 결과의 적분으로 정의된 order parameter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곳이 상전환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KYPT 대회가 시작되고, 이틀간의 PF(Physics Fight; 3~4팀이 발표, 반론, 평론을 돌아가며 토론) 끝에 필자의 백양 팀이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 날, 필자가 1번 문제를 발표했고, 심사위원 분들에게 좋은 점수와 함께 많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한 교수님께서는 처음으로 10점을 주시며 ‘이게 진정한 물리지’라며 극찬하시기도 했다.

1번 문제는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할 때도 필자의 핵심 문제가 되어주었다. 아마 IYPT에 지원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선발전에서 선발되기까지, 1번 문제의 도움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IYPT를 생각하면 이 1번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까다로움의 끝판왕, 비누막

비누막이 터지는 모습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비누막이 터지는 모습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문제는 IYPT 합숙 연구 기간동안 필자를 가장 많이 괴롭힌 12번 ‘Soap Spiral’이다. 스프링과 비슷하게 생긴 ‘슬링키’를 비눗물에 넣었다가 들어 올리면, 슬링키 나선 사이로 비누막이 형성된다. 이 때 비누막을 한 부분에서 터뜨리면 연속적으로 터져내려가게 되는데, 이 현상에 대해 조사하는 문제이다. 일단, 유체는 다루기 힘들다. 그런데 비누막은 특이한 형태의 ‘막 유체’라서 더 다루기 힘들다. 거기다가 비누막은 너무 앏아서 무언가를 측정하기도 힘들고, 너무 빨리 터져서 1000fps의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해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거기다가 너무 불안정하고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험을 구현하기도 힘들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가장 까다롭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문제였다. 초고속카메라가 있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에 가서 외롭게 하루종일 실험하며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후 다양한 부분에서 물리적 모델링을 진행하여 이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수많은 모델링을 통해 비누막의 속도를 몇 개의 연립방정식 만으로 정리하여 서술할 수 있었다.
수많은 모델링을 통해 비누막의 속도를 몇 개의 연립방정식 만으로 정리하여 서술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 대회가 열리는 헝가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했을 정도지만, 덕분에 좋은 풀이가 완성되어 IYPT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다른 대표팀에서도 풀이가 감명깊다며 칭찬해주었다. 그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뿌듯한 일이다.

 

IYPT에 관심이 있다면

IYPT에서의 경험은 대체불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됐고, 어떤 것들이 좋았는 지를 서술하기에는 말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 여기 적진 않겠지만, 만약 IYPT 대회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김진용 학생기자 | Physics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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