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더 이상 장애는 없다.
- 편집팀
- 2020년 4월 28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0년 9월 18일
당신은 암벽등반이란 위험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다. 어느 날 당신은 등반을 하던 중 추락사고로 정신을 잃게 되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깨어난 곳은 다름 아닌 병원. 그리고 곧 의사가 다가와 말한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불길한 예감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쪽이 없다. 물론 다리가 말이다. 사고의 충격으로 다리 한쪽을 절단하게 된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처하고도 전혀 굴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오히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다리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분야의 가장 선두적인 사람이 되기에 이른다. 바로 본 기사의 주인공이자 MIT Media Lab의 교수, Hugh herr이다. Hugh와 함께 의족이 현재 얼마나 발전했는지, 또 어떤 기술들이 사용되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2010년. 시작은 미미하게, 꿈은 거창하게
2010년 12월, Hugh는 의족을 착용한 채로 TED 강연에 섰다. 그가 착용한 의족은 실제 다리와는 아직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기어 다니지 밖에 못하는 그를 거의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하는 데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듯 보였다.

단순해 보이는 이 의족에 숨은 기술을 살펴보자. 우선 Hugh의 연구팀은 실제 사람이 걷는 움직임을 motion capture하여 몸의 muscle, tendon, spinal 이 각각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얼마나 힘을 받는지, 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계산해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걸음‘의 생물물리학적 모델(biophysical model)을 만들어냈다.

한편, 의족에 분포한 한쪽 당 20개의 센서들은 각 5대의 컴퓨터에 정보를 전송하고, 컴퓨터는 이를 biophysical model에 적용한다. 이를 통해 각각의 부분이 가져야 할 토크와(회전을 일으키는 힘) 임피던스(가해지는 힘과 속도의 관계)가 결정되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의족은 실제 muscle, tendon, spinal이 하는 동작을 똑같이 구현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용자는 휴대폰을 통해 직접 bionic limb의 stiffness, damping, power 등을 자신에게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강연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Hugh는 꿈처럼 들리는 원대한 목표를 밝힌다. 의지에 따라 동작하는 의족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의족에 센서를 부착해 실제 사람이 느끼는 감각을 구현해 내겠다는 것이 두 번째였다. 비록 가능성이 적어보이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멋있는 대사와 퍼포먼스를 보이며 그는 강연을 무사히 마무리한다.

2014, 더 멋진 디자인으로 돌아오다.
4년 만에 다시 TED 강연에 서게 된 그는,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디자인의 의족을 선보인다. 그러나 업그레이드 된 것은 디자인뿐만이 아니었다. 의족은 기계적, 역학적, 그리고 전기적 기술에서의 발전을 거듭하여 실제 다리에 더 가까워졌다. 훨씬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발전함은 물론이고, 사용자는 의수를 더 역동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적용 된 기술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완벽한 착용감이다.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발에 물집이 생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아직 신체에 어떠한 인공물도 제대로 부착할 수 없음을 뜻한다. 대다수가 착용하는 의류인 신발도 그러한데, 의족이라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Hugh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였다. 바로 전압에 따라 강도를 변형할 수 있는 물질을 사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Hugh의 남은 다리와 의족 사이에 부착할 인공피부에 삽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우선 Hugh Herr의 남아있는 다리 조직에 대한 기계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조직 내부 구조와 더불어 각 부분들이 가해진 힘에 의해 얼마나 변형되는지 그 정도를 계산하고, 그에 대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모델을 이용해 그들은 조직에 부착 된 인공피부가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의 강도를 가져야 가장 최적의 착용감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계산해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단단한 조직 근처에서는 무르게, 무른 조직 근처에서는 딱딱하도록 조절하고, 또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전체적으로 무르게, 뛸 때는 전체적으로 딱딱하도록 조절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지금껏 착용했던 의족 중 가장 편안한 의족을 개발해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더 역동적인 조작이다. 4년 전 강의에서 선보인 의족은 주변상황을 분석하여 그를 biophysical model에 적용, 각 부분의 토크와 임피던스를 계산해내는 식으로 작동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과정에 사용자가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별다른 노력 없이, 즉각적으로 말이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의족을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연구진은 사라진 근육을 움직이는데 있어 척수반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석해야했다. 그러고 나서 해당 정보를 칩 안에 내장시키고, 더불어 Hugh의 남아있는 근육에서 발생한 전기신호 정보가 의족에 전달될 수 있도록 회로를 연결하였다. 그들은 척수반사의 민감도 또한 신경 전기신호를 통해 계산해냈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각 모터의 토크와 power을 조절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Hugh Herr는 비로소 실제 다리를 가진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동작을 제어 할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진정한 Cyborg의 탄생
잠시 눈을 감아보자. 그리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해보자. 당신은 근육이 얼마나 힘을 주는지, 어떤 위치에서 움직이는지 쉽게 느낄 수 있다. 굳이 눈을 떠서 보지 않아도 말이다. 이것은 바로 근육의 tendon에 연결 되어있는 ‘감지기’들이 근육의 수축 길이, 속도, 힘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느끼는 것을 우리는 ‘고유 감각‘이라 부른다.

그러나 기존의 사지 절단 방식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Hugh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라진 자신의 다리의 존재를 여전히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환상에 지나지 않을 뿐,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 상상으로 조차 움직일 수 없다. 남북전쟁 시기의 수술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절단수술 때문에 ‘감지기’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 또 한 번 TED 강연에 선 Hugh Herr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AMI(Agonist-Antagonist Myoneural Interface)를 소개한다. AMI는 절단부에 남아있는 근육들을 쌍으로 접합하고, 둘의 상호동작(수축 정도, 힘, 속도)에 대한 정보를 뇌에 전달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여러 쌍의 AMI 근육들은 다시 의족의 모터와 연결되어서, 사용자가 기계의 움직임을 몸소 ‘느끼며‘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특정 조합의 근육들이 자극을 받으면 발목에 해당하는 모터가 움직이게끔 하고, 동시에 그 조합의 근육들의 움직임을 이용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발목의 느낌을 뇌에 전달하는 것이다. 즉, 이제 사용자는 로봇 발목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한편, 얼마 전 Hugh의 친구인 Jim Ewing은 안타깝게도 등반 중의 사고로 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항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외과의사, 과학자, 공학자들로 구성 된 MIT의 연구진들은 Team Cyborg라는 팀을 꾸려 AMI 기술을 이용해 Jim의 절단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놀라운 것은, Jim이 의족을 착용하자마자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등의 복잡한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AMI 기술의 힘이다. 신체와 기계가 일방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수준을 넘어 쌍방향으로 소통하기에, 이런 복잡한 움직임을 큰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 이제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이 사진을 살펴보자. 이 것은 Hugh가 만들었던 초기의 의족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꽤나 긴 시간이 흐른 지금, 의족은 이토록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10년에 걸친 세 차례의 TED 강연에 잘 드러나 있듯이, Hugh는 끊임없이 인공생체기기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가 처음에 밝힌 원대한 목표를 모두 이룰 날이 정말 별로 남지 않은 듯 보인다.
그는 세상에 ‘장애‘란 존재하지 않으며, 기술의 부족함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쓴 사람이 ‘시각 장애인’으로 불리지 않듯이, 사지가 없는 사람 또한 장애인으로 불리지 않는 시대가 어서 도래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1] https://www.youtube.com/watch?v=8AoRmlAZVTs
[2]https://www.youtube.com/watch?v=PLk8Pm_XBJE&t=477s
[3]https://www.youtube.com/watch?v=CDsNZJTWw0w&t=669s
[4] shriya s. srinivasan, Maurizio Diaz, Matthew Carty, Hugh M. Herr, 2019, towards functional restoration for persons with limb amputation: A dual-stage implementation of regenerative agonist-antagonist
myoneural interfaces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ww.youtube.com/watch?v=CDsNZJTWw0w&t=669s
[2] https://www.youtube.com/watch?v=PLk8Pm_XBJE&t=477s
[3] https://www.youtube.com/watch?v=8AoRmlAZV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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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승민
발행호│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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